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은 왜 흑백이 많을까?
우주 사진 하면 떠오르는 건 형형색색의 성운과 은하의 아름다운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종종 NASA나 유럽우주국에서 공개하는 원본 이미지를 보면 의외로 흑백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왜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은 흑백이 많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 과학적인 이유와 처리 과정에 있습니다.
망원경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흑백을 찍는다
우주 망원경은 일반 스마트폰이나 DSLR처럼 컬러 센서로 직접 색을 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천문 관측용 카메라는 단색(모노크롬) CCD 또는 CMOS 센서를 사용합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흑백 센서가 빛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컬러 센서는 각 픽셀이 R, G, B 중 하나의 색만 감지하는 데 반해, 모노크롬 센서는 각 픽셀이 빛의 밝기를 100% 감지할 수 있어 더 정밀하고 선명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합니다.
색은 어떻게 표현하나?
천문학자들은 특정 파장의 빛만 통과시키는 컬러 필터(R, G, B, Hα 등)를 사용해 각 필터로 흑백 이미지를 따로 촬영한 뒤, 후처리로 색상을 입히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 🔴 빨간색 필터(R)를 사용해 찍은 흑백 사진 → 빨간색 채널에 배정
- 🟢 녹색 필터(G)를 사용해 찍은 흑백 사진 → 초록색 채널에 배정
- 🔵 파란색 필터(B)를 사용해 찍은 흑백 사진 → 파란색 채널에 배정
이렇게 세 장의 흑백 이미지를 조합하면 우리가 보는 컬러 우주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그럼 우리가 보는 우주 사진은 ‘진짜 색’일까?
이 질문에는 ‘부분적으로 그렇다’가 정답입니다. 과학자들은 촬영한 파장에 따라 최대한 정확하게 색을 복원하려 노력하지만, 인간의 눈이 보지 못하는 파장(예: 적외선, 자외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는 임의 색상(Color Mapping)을 적용합니다.
이런 경우는 ‘거짓 색(False Color)’이라고 부르며, 그 색 자체가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를 시각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왜 흑백 이미지를 공개할까?
과학자들은 연구 목적상 원본 데이터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웹사이트나 논문 등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 흑백 데이터를 함께 공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여러 필터로 찍은 이미지를 합치기 전에는 각각이 흑백 형태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선 흑백 이미지가 훨씬 흔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허블, 제임스 웹 망원경의 이미지도 흑백?
그렇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HST), 제임스 웹 망원경(JWST) 모두 기본 촬영은 흑백으로 진행되고, 후처리 팀이 필터 조합과 색상 처리를 통해 최종 이미지를 만듭니다.
특히 제임스 웹 망원경은 적외선 관측을 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컬러 이미지는 적외선 데이터를 시각화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흑백은 더 정밀한 과학을 위한 선택
우주 망원경이 흑백 사진을 찍는 것은 색을 표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뒤, 다양한 과학적 목적에 맞게 색상을 입히는 과정이 더해지는 것이죠.
즉, 우리가 보는 화려한 우주 사진은 과학적 데이터 + 인간의 시각적 해석이 결합된 결과물인 셈입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글에서는 “토성 고리 위를 걸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토성 고리의 구성 물질, 밀도, 중력 환경 등을 분석하며 과연 그 위를 사람이 걸을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겠습니다.